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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사대문 천장그림 장식 체계 '뒤죽박죽'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09-10 14:42:09    조회수 : 3956

경복궁 사대문 천장그림 장식 체계 ‘뒤죽박죽’

■ 허균 소장 ‘전통 건축 장식의 비밀’서 지적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은 한국전쟁 때 목조 부분이 불타 없어진 것을 1968년 원 위치에 철근 콘크리트로 복원했다. 광화문 각 통로의 천장에는 여의주와 화려한 깃털을 가진 한 쌍의 새와 두 개의 뿔을 가진 한 쌍의 짐승, 거북 한 쌍이 그려져 있다. 방위 사신(四神)과 길상의 뜻을 종합해 보면 광화문 중앙 통로의 그림은 주작을 그린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허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은 “실제 모양은 주작이 아니라 봉황에 가깝다”며 “당초에 봉황을 그린 것이라면 방위 체계와는 무관한 상서의 상징으로 그린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소장은 1975년에 복원된 경복궁 서쪽의 영추문 천장의 그림도 표범인지 호랑이인지 모를 짐승이 그려져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백호라면 영추문이 궁궐의 방위체계상 서쪽에 해당하는 것을 염두에 둔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사신의 하나인 백호가 점박이로 표현된 경우는 거의 없다. 고구려 벽화 고분의 사신도 이래 가장 연대가 낮은 작품으로 평가되는 ‘고종태황제산릉주감의궤’에 나타난 백호 그림을 보면 줄무늬의 호랑이 몸에 화염각이 표현돼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화염각이 없는 영추문의 동물은 백호가 아니라 보통의 호랑이, 아니면 표범으로 생각된다.

허 소장은 “해석하기 난감하기는 북문인 신무문 천장 그림도 마찬가지”라며 “거북을 닮았는데 주변에 낭수(浪水)가 출렁이고 있다. 이런 모습으로 봐서 신귀(神龜)를 그린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광화문 서쪽 통로의 신귀와 중복이 된다”고 했다. 신무문은 고종 중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북문이다. 건춘문에는 황룡과 청룡이 그려져 있는데 고종 당시에도 이와 같은 용그림이 그려져 있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 이 문의 용 역시 사신의 청룡인지 사령(용, 봉, 귀, 린)의 용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허 소장은 결론적으로 경복궁 네 궐문에 그려진 그림은 일정한 상징체계를 이루고 있지 않다고 본다. 건춘문, 영추문, 신무문의 것이 각각 용, 백호, 현무라 가정한다면 광화문의 것은 봉황이 아니라 주작이어야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당초 사령을 주제로 그리려 한 것이라면 기린이 빠져 있어 사령을 다 갖춘 것으로도 볼 수 없다. 이처럼 경복궁 사대문 천장그림의 상징체계가 뒤죽박죽이 된 것은 궁궐 장식체계에 대한 연구가 철저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 허 소장의 분석이다.

허 소장은 최근 낸 책 ‘한국 전통 건축 장식의 비밀’(대원사)에서 이 같은 궐문 천장 그림의 난맥상을 처음으로 지적했다. 그는 수십년 동안 상징 조형물들을 현장에서 매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것을 캐내는 일에 몰두해왔다. 그의 손끝에 의해 궁궐·사찰·서원·향교 등 유교와 불교 관련 건축물, 사색과 휴식을 위한 누각과 정자, 사대부와 서민들의 생활공간인 기와와 초가집 등의 전통 건축 장식에 숨어 있는 속살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책에 따르면 직산 향교의 솟을외삼문의 이태극은 ‘하늘은 양으로서 위에 있고, 땅은 음으로서 아래에 있다’는 우주의 존재원리에 의한 것이다. 남한산성 현절사 문의 삼태극은 빨강, 노랑, 파랑을 기본색으로 하고 있으며 회전하는 모양은 움직임을 나타낸다. 삼태극 도형은 천·지·인 삼재가 하나로 혼합된 혼돈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우주 구성의 기본 요소인 천·지에 인간을 참여시켰다. 인간이 천지의 합체이고 소우주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책은 전북 정읍시 진산동에 있는 재실건물인 영모재의 대문 좌우와 위쪽 벽면에 자리잡은 민화를 소개하고 있다. 벽사의 의미를 가진 당사자(唐獅子), 길상적 의미와 장식미를 함께 지닌 사군자 등으로 돼 있다. 대문 벽에 민화를 그린 것은 매우 희귀한 예이며 미감도 뛰어나다.

추녀마루 위에 일렬로 도열해 있는 잡상은 헷갈리기 쉽다. 어우야담에는 선임관들이 신임관의 첫 인사를 받을 때 골탕먹일 요량으로 대궐 문루에 도열한 10가지 신상 이름을 단숨에 열 번 외우게 하고, 다 외우지 못한 자에게는 참여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잡상의 제일 아래 있는 대당사부는 갑옷 같은 옷을 입고 두 팔을 벌리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숭례문의 것을 예로 들면 벙거지를 쓰고 갑옷을 입은 정좌한 무인상으로 표현돼 있다. 허 소장은 “창덕궁 신선원전의 잡상은 으레 대궐문루에 등장하는 손행자(손오공)가 아닌 완벽한 원숭이 형태”라며 “이를 통해 한때 손행자를 완벽한 원숭이 형태로 만든 적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썼다.

책은 이밖에 지붕·굴뚝·창호·공포·기둥과 대들보·주춧돌·기단·단청·다리 등의 전통상징 조형물을 낱낱이 짚어보고 있다. 보이지 않는 다리 밑에도 용두를 설치할 만큼 우리 선조들은 철저했으며 매사 무엇이든 정성스러웠음을 알 수 있다. 의미 깊고 아름다운 상징 조형물을 통해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 옛 건축물의 장식물에 대한 탐구욕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맨 위 사진)경복궁 광화문 중앙통로의 천장 그림. 주작이 아니라 봉황에 가까운 그림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허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 제공

▲(두 번째, 세 번째 사진)영추문 천장의 백호(위쪽)와 ‘고종태황제산릉주감의궤’에 그려진 백호.

의궤의 백호는 줄무늬 호랑이 몸에 화염각이 표현돼 있다. 허균 소장 제공

《문화일보》 예진수 기자, 201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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